외국어 공부/JTPT N1급 두번 만점, 나는 일본어 공부를 어떻게 했는가? 영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JLPT

나는 JLPT N1급을 두번 만점(180/180)받은 경험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번의 시기가 집중해서 정말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하던 시기가 아니라 점수를 갱신할 필요가 생겨서 그냥 따로 시험공부는 하지 않고 신청해서 보러 갔던 때였다는 거였다. N1급 자체를 통과하는 것은 일정 점수만 넘으면 합격이기 때문에 이미 1급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냥 1급 갱신으로 본 시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큰 실수만 없으면 1급 탈락 점수가 나올 일까지는 없으므로) 그래서 결과를 보고 스스로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 당시는 정말로 집중해서 공부를 하던 시기는 지나 있었고 그때 일본어는 그냥 생활 속에서 필요할때 쓰는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 두 시기 다 일본어에 대한 노출 정도는 어마어마한 때이기도 했는데, 첫번째 시기는 명탐정 코난 애니메이션을 줄지어서 보던 때였고, 두번째 시기는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소설 37권 분량)을 읽었던 때였다. (나는 최근에 읽은 "책벌레의 하극상"이 내가 읽은 최장편 일본어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아보니 "마리아님이 보고계셔"도 꽤 길다. 텍스트의 분량 자체는 "책벌레의 하극상"이 조금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 일본어 공부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면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가 현대 배경이라서 좀 더 일상어가 나올 것 같기도 한데, 사실 그런 고려보다는 어떤 작품이든 자기가 재미있게 느끼는 작품을 읽는 편을 훨씬 더 추천한다. 나는 37권을 일본어를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본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읽었다.)

한국 영어 교육의 문제점

나는 '외국어'로서 가장 먼저 익힌 언어가 일본어였다고 할 수 있다. 공교육에서 영어를 배우지만 영어는 나에게 오랜 세월 '언어'가 될 수 없었다. 이는 한국의 영어 교육의 현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독해로서의 영어

나는 수능을 보고 대학에 들어갔다. 수능에는 외국어 영역(영어)이 있다. 그리고 일정 점수 이상의 고득점을 받고 나는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내가 '영어'를 잘했을까? "No". 나는 '독해'룰 잘했다.
나는 지문에 쓰인 그 많은 단어나 문장를 한국식이 아닌 "올바른 영어 발음으로" 읽는 법을 잘 몰랐다.
단어집을 외웠기 때문에 글자 "모양"을 보면 그 글자의 의미가 한국어로 떠올랐다. 그래서 문장의 뜻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살아있는 '언어'로서 영어를 익히지 못했다.
문제는 내가 그러고도 대학에 합격할 만큼 외국어 영역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독해 중심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간단한 회화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많이 이루어지는 영어 교육 방식

한국의 영어 교육은 '독해' 중심으로 맞춰져있다. 한국에서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는 대학 입시의 영어가 그렇게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습방법은, 지문이 주어지면 문장에서 주어 동사를 찾고, 수식어를 표시하고, 문장구조를 "파악"하며 그래서 글의 내용을 이해한다.
단어 목록을 주고 한글 뜻을 적는 단어 시험도 더러 보고,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표시해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문장을 올바른 영어 발음으로 말하는 능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 능력이 없어도 나처럼 수능 영어에서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조차 있다.
그리고 '듣기'를 위해 듣기 테이프를 따로 듣는 훈련을 하고, '말하기'를 위해 회화 학원을 다닌다.
총체적인 '언어'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각 부분의 스킬로서의 영어 학습이 널리 퍼져있는 것이다.

영어는 수학문제가 아니다.

내가 고등학교때나 입시에서 영어'문제'를 '풀었던' 방식은, 그야말로 수학문제 풀이와 유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지문"을 파악하고 문장구조를 파악하고 뜻을 번역해서 내용을 알았다.
영어 텍스트가 써 있으면 그것을 '영어'라는 언어로서 접하고 읽는 것이 아니라, '한글'로 머릿속에서 치환하면서 "독해"를 한것이다.
마치 이것은 모르는 기호로 써 있는 종이 위에 단서나 규칙을 익혀서 암호문을 푸는 행위와도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영어는 '암호문'이 아니다!

한국 영어 공부의 순서

이렇게 "독해"에 치중된 한국어 영어 교육에서 영어 학습의 순서는 문법-독해 중심이 된다. 그리고 듣기-말하기가 나중에 따라온다.
그러나 나는 올바른 언어 학습은 언제나 "듣기"가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듣기'는 듣기 평가의 듣기 훈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네이티브 환경(그것이 직접적이든 매체 같은 간접적인 것이든)의 지속적인 노출이다.
그래야 살아있는 언어로서의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토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듣기'로 시작한 일본어

나는 일본어의 학습의 경우, 영어와 거의 반대의 길을 걸었다. 무엇보다도 '듣기'가 선행되었던 것이다. 나는 '일어'를 "공부"로 시작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수능 과목의 큰 기둥으로 너무나 강조되는 영어와 달리 일본어는 반드시 잘할 필요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잘하고 싶어서나 하고 싶어서 '공부'하기 이전에 나는 일본의 미디어를 즐겨 접했기 때문에 '공부'가 아닌 '언어'로서의 일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애니 '듣기'와 노래

나는 만화영화를 어릴때부터 퍽 좋아했는데, 좋아했던 작품의 일부가 일본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나는 한국 만화 일본 만화 미국 만화 가리지 않고 봤다) 그 원작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크기의 특성상 그저 애니의 일본어 더빙 뿐 아니라 관련 OST, 캐릭터 송, 주제가 등도 일본어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어로된 노래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래의 가장 큰 특성상, 뜻을 하나도 모르고도 노래를 "따라부르기"시작했다.
당시에는 노래방에 일본 노래들이 한글로 일본어 발음을 넣어주면서 들어오기 시작해서, 정작 일본어 뜻은 하나도 모르면서도 많은 노래를 '일본어'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발음들은 내 식의 한국어식 발음이 아니라 레코딩에서 들은 일본 발음의 재현이었다. 노래는 그 음가가 있어서 모국어가 섞인 발음 습관이 덜 섞이면서 발음을 학습하는데 꽤 괜찮은 도구이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다.

네이티브 인토네이션과 발음의 자연스러운 습득

일본어 원어로 굉장히 많은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서 내 안에 쌓인 것은 일본어 고유의 분위기와 말투이다. 이것은 절대로 텍스트로 학습될 수 없다(텍스트 자체가 그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경우 일본어를 익히는 데 있어서 영어와 다른 큰 메리트가 있는데, 그것은 어순이 거의 동일하고 쓰이는 한자어가 발음만 다를 뿐 사실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이 많아서 특정 한자의 발음에 익숙해지면 어휘가 비역적으로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틀을 습득해야 하는 영어와 달리, 일본어만의 틀을 익히는 시간을 단축시키고(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고 일본어만의 표현 방식이 사실은 많아서 깊게 들어가면 여기도 새로 익힐 것이 많지만) 일본어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되는 배경을 제공한다. 그래서 중국어나 다른 언어가 아니라 일본어를 듣는 환경에 노출 되었을 때의 한국인으로서의 시너지가 있다.
나는 일본어 애니를 13살 가량부터 보기 시작했었고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23살이 넘어서였다.
그러나 10년간 '공부'하지 않은 채로도 일본어 환경에 노출되었던 시너지는 대단했는데, 그것은 내가 일본어 발음을 하거나 타인이 문장을 읽을때 "왠지 어색한데"하고 어색한 부분을 느끼며 스스로 시정하는 촉이 생겨있었다.
한국어 모국어 사용자로서 한국인은 발화할 때 '이게 동사고 이게 형용사고'하며 생각하며 말하지 않는다. 혹은 누군가가 어색한 한국어를 말했을 때 '자음동화가 제대로 안이루어졌어'하고 파악하지도 않는다. 그런 국어학적인 용어나 지식이 없어도 네이티브 한국어 발화자는 누구나 "방금 뭔가 어색한데, 이상한데."하고 네이티브에 덜 가까운 한국어 발화를 잡아낼 수 있다.
뇌로 파악하기 이전에 우리의 귀가, 온 몸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텍스트의 해석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네이티브 사용환경에 노출되면서 그 귀로 들은 파장 정보가 몸안에 쌓이는 것이다.

'듣기' 중심의 언어 공부

물론 나는 23살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학습했다. 일본어의 표현방식이나 문장 구조도 배우고, 단어도 외웠다. 그러나 그것들도 언제나 다이얼로그나 말하기 중심이었고 발화 중심이었다.
영어 처럼 "읽거나 말할 수는 없는데 '해석'할 수는 있어요"가 아니라 진정한 '언어'로서 처음 일본어를 익힌 것이다.
일본에 살 때, 일본인들이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건 내 일본어에 한국어적인 특질이 적게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물론 일본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계속 꾸준히 레벨을 높이며 학습하지는 않았던 나는 많은 부분에서 실수를 한다.)
그리고 '언어'로서 외국어를 처음 익힐때, 그것은 세계를 넓혀주고 다른 사고 방식의 틀을 제공해주며 기쁨을 준다.
일본어를 한국 영어 교육과 전혀 다른 방식과 순서로 습득한 나는 영어라는 언어를 다시 '언어'로 돌아보며 다시 시작하게 되기도 했다.

'독해'가 아닌 '읽기'로서의 영어, '언어'로서의 영어는 "문제 풀이"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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