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최초의 독자, 글쓰기의 의미와 역할, 나눔의 글쓰기
- 단상
- 2021. 3. 11.
글의 최초의 독자는 나 자신이다.
글도 어떤 의미에서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글은 어떤 의미에서든 그래서 글쓴이의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어떤 일부가 고스란히 글에 담기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혹은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자신이 모르던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고, 속에서 엉켜서 정리되지 않았던 부분이 풀어지기도 하고 혹은 속에 담은 감정을 걸러내기도 한다.
그러한 글은 글을 위한 글과는 다른 것이다. 사실 글을 위한 글도 그 글을 위한 글을 써내려간 행간까지 글 속에 묻어난다.
그래서 나는 때로는 내 글의 독자가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글을 통한 만남이 가능했기에 i and i, 이안디라는 이 오랜 이름의 웹페이지가 이름대로의 구실을 하지 않았나싶다.
굉장히 신기하게도 혼자 쓰는 일기와 웹페이지에 적는 글이 꽤 다르게 나오는데, 그것은 이 공간에 내가 형성한 에너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어한줄도 안치고 넘어가는 일기와는 다르게 조금은 더 정제된 문장을 쓰기도 한다. 나만 알아들으면 되는 글과 독자가 알아듣기 좋은 글이 다른 느낌인 것일까. 그래서 후자가 첫 독자인 나를 포함해서 독자에게 아주 조금은 더 친절한 글이 된다.
이렇게 쓰니 혼자 쓰는 일기장의 글은 불친절하다는 느낌도 드는데, 한줄, 한 단어, 한문장으로 끝내도 나만은 그 행간에 담긴 무수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혼자쓰는 일기장은 보통 단어나 한두문장이 꽤 많다. 나만은 그 맥락도 앞뒤 이야기도 이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도 그 감춰진 행간 속에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혼자 쓰는 일기장에 적히는 것은 결국 내 사고의 어떤 부분에 접속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키워드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웹페이지의 글은 그 사고의 전개 자체를 펼쳐가는 것에 더 가깝다.
그리고 자신의 글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역사가 된다. 자신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설명문을 적었다 하더라도, 그 설명문을 적을수밖에 없던 자신의 상황 역시 그 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시기, 장소, 처한 환경에 따라서 글은 다르게 나오는데 그것이 그 글이 가진 현장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글에 담겨진 그러한 부차적이고 세부적인 정보까지 읽어낼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글쓴이 자신이 독자가 될 때이다. 쓰여지지 않은 행간에 담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편지글 등, 과거 사람들의 흔적 역시 그들의 글에서 찾곤 하는데, 종이에 적힌 글이 극도로 적어진 현대인들의 글들을 먼 미래인들이 연구한다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다.
적어도 컴퓨터로 적은 글이면 필체 등까지의 정보는 담기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글은 그 사람의 어떤 부분, 그 글의 독자로서의 그 사람까지 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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