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애니 / 그림명작동화


때로는 무서운 동화

일본에서 80년대 후반에 만들어져서 한국에는 90년대에 방영한 이 애니는 그림동화를 나름 잘 재현했다. 더빙 성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그림 동화를 나름 잘 재현했다는 말은 아이가 보는 애니로는 잔인하거나 무서운 내용도 꽤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닛폰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그림체는 세계명작동화시리즈와도 비슷하다 할 수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더욱 무섭다.
제목은 그림명작동화이지만 그림동화에 국한되지 않는 많은 동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꿈길에 들었던, 꿈길에 놀았던 아름다운 얘기들이 여기있어요. 엄마의 얘긴지, 햇님의 얘긴지 하늘높이 우리들을 데리고 가요”로 시작되는 한국판 주제가도 가사도 서정적이고 곡조도 자장가 같은 부드러운 느낌이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꼭 그렇게 아름다운 햇님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어서 충격적일 수도 있다.

나도 어린 시절 이 애니를 보고 몇몇 편들을 꽤 무서워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난로 속의 왕자’였다. 어린 마음에는 왕자의 고통이 전해져 힘들었고 가장 무섭게 봤던 이야기로 기억한다. 왕자 모습이 보이지 않고 난로만 묘사되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에 보기에는 꽤 충격적일 수 있다.

그러나 좀더 동화적인 이야기도 있고 “흰눈 아가씨 장미아가씨” 얘기 같은건 꽤 좋아하는 편에 속했다. 동화적이고 마법적인, 왕자까지 등장하는 서정성을 두루 갖추었으면서도 흔히 아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백설공주 같은 더 널리 알려진 동화가 아니라서 신선하기도 했다.

유명한 이야기인 ‘푸른 수염’도 그 잔혹함이 그대로 잘 묘사되어 있는데, 특히 열쇠를 씻어도 씻어도 피가 베어나오는 장면의 연출이 기억에 남는다. ‘푸른 수염’은 이야기 자체를 엄청 무서워했다기보다는 서사나 연출 푸른 수염이라는 캐릭터의 인상이 굉장히 뚜렷하게 남는 이야기여서 기억에 남았다.
병속의 사람 이야기처럼 이야기 한편이 어떤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도 많다. 이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어서 결말에서 여운이 남는 이야기다. 역시 마냥 동화적이지는 않고 어떤 면에서는 교훈적인 얘기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데렐라

이 애니는 대부분 1부작의 단편 안에 동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보는 순서가 상관이 없고 이야기를 중간에 빼먹어도 다음 이야기를보는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몇몇 이야기는 예외적으로 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하나가 신데렐라이다. 그리고신데렐라도 꽤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게 만들어졌다. 등장인물들의 갈등이나 조연, 주인공의 심리 등이 이야기에 흐름에 따라 잘 묘사되어 있어서 익히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부분 부분이 익히 널리 알려진 신데렐라와는 이야기 구조를 달리 한다. 신데렐라가 갇힌다거나 하며 이야기가 훨씬 더 극적으로 전개되고 그래서 이 그림명작동화 안에서의 개성있는 신데렐라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은, 마법요정의 도움으로 예쁜 옷을 얻는 게 아니라 정원의 나무의 힘을 빌어서 옷을 얻는다. 이런 부분이 신데렐라의 많은 버전 중에 하나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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