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후(Doctor Who) 시즌 11, 12 아쉬운 점


나는 닥터후 뉴시즌의 팬이다.
러셀보다는 모팻쪽 이야기를 좀더 좋아했고 맷닥을 가장 좋아한다. 컴패니언으로는 에이미와 로리를 가장 좋아한다. 리버송도 꽤 좋아한다.
그래서 닥터후 시즌5,6쪽 이야기를을 좋아한다.

무서운이야기나 폭력적인 이야기를 잘 못보는 편인데, 닥터 후도 어느정도 무섭지만 공포 자체만이 초점도 아니고 닥터라는 캐릭터가 꽤 매력적이고 거기에 더해지는 상상력들이 재미있어서 즐겨 보게 되었다.

모펫 후를 좋아하다보니 작가가 바뀐 후로 닥터 후를 보지 않았는데, 워낙 악평이 많아서도 그랬다.
그러다 최근에야 시즌 11, 12를 보았는데 11을 보았을 때의 감상은, 워낙 악평을 들어서 기대치를 낮추고 봐서인지 그래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을지도?였고 시즌 12까지 다 보고서는 조금 더 실망한 편이다.
내가 느낀 아쉬운 점들은 이렇다.

음악

음악 감독이 바뀌었다. 그 후 전 시즌 작품을 다시 보면 음악이 극을 이끄는데 얼마나 큰 몫을 담당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시즌8 The caretaker에서 발랄한 음악은 극을 활기차게 이끌고 코믹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그러다 서정적인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 전환 등이 뛰어나다.
시즌 11,12에 들어와서 이렇게 극을 이끌거나 기억에 남거나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부재하게 되고 이는 극의 몰입감을 예전만큼 끌어주지 못한다.

플롯의 아쉬움

시즌 11은 딱 봐도 각 화가 PC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메시지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아서 나는 시즌 11을 아주 재미없게 본 편은 아닌데, 워낙 시즌 11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들은 후 큰 기대 없이 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있다. 듣던만큼 엄청 실망스럽진 않네?그런 느낌. 적어도 각 화가 의도한 바가 머리로 이해되고 보였다. 그리고 재미없다는 평가도 아울러 이해되었는데, 극 전체에 긴장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건이 터지고 어떻게 될까를 마음졸이며 봤었다면 시즌 11은 사건 자체가 메시지인 셈이라 아 이런 문제를 다루고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구나 하고 보았던 점이 다르다.
그래서 사실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봐서 그 부분을 흥미롭게 본 것인데, 예를 들면 아 이건 환경문제구나 아 이건 흑인 인종차별 문제구나 이건 아마존 같은 큰 택배회사와 공장 자동화의 이면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나? 이건 여성문제랑 마녀사냥이네 이건 경쟁이 아닌 협력을 얘기하고 싶었나 등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구나 하는건 이해되어서 그냥 저냥 봤는데, 동시에 재미없다는 평가도 크게 이해되었다.
플롯 자체의 긴장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상황 자체가 엄청난 위기 상황도, 그리고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법이 기발하고 엄청난 기지로 통쾌함을 주는 방식도 아니어서 그 위기감에 공감하며 같이 보게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11시즌의 "가족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는 인터뷰도 조금 이해가 되었는데, 적이나 몬스터들이 무섭지 않거나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다보니 긴장감은 더욱 떨어진다. 비쥬얼이 혐오스러워서 가족드라마에 어울릴지는 좀 재고가 필요할 수는 있는데 밤에 잠못이루게 무서운 몬스터가 없다.
뚫어뻥과 후추통의 비주얼로 정말 무서웠던 달렉이라거나 위력적인 사이버맨이라거나 예쁜 비주얼의(눈을 가리고 있을 때) 우는 천사라거나 컨셉 자체가 독특했던 사일런스라거나 그런 대표적인 위협적인 몬스터가 부재하고 어딘가 모자르고 부족한 외계인이나 인간의 부도덕한 사상이나 행위 자체가 적이다. 그리고 그 방식도 그에 대한 교화 처럼 접근이 되어서 각 화들이 모험활극이나 상상력을 가득 담은 SF판타지가 아니라 설교조가 되어버린다. 나는 그래도 그 메시지 자체의 방향성은 이해해서 이냥저냥 봤는데, 분명 닥터후에서 느꼈던 매력을 크게 깎는 부분이기도 했다.

외계인이 아닌 듯한 닥터

이전 닥터후가 그저 모험활극이거나 SF판타지였던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 메시지들은 때로 더 깊었는데, 닥터후의 가장 큰 장점은 '외계인(닥터)'의 눈으로 현재 지구가 아닌 미래나 다른 행성, 다른 생명체를 보여줌으로서, 사람의 틀 안에서 현대 사회의 인식 범위 안에서 좁게 생각했던 사고를 크게 확장해주며 나를 다른 곳에 놓고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겪게 되는데도 크게 있었다.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하는 닥터를 이해하고자 하는 컴페니언간의 유대가 돋보였다.
그런데 새로운 시즌에서는 이런 요소가 크게 반감했다.
컴페니언들은 한 시즌이 다 지나도록 닥터가 어떤 종족인지, 어디서 왔는지 조차도 모른다. 그건 닥터가 '외계인'이라는 것이 덜 부각되서 이기도 하다.

11시즌의 닥터는 '외계인'이라기 보다, 그냥 머리가 좀더 좋고 소닉 스크류드라이버가 있고 타임머신을 가져서 시간여행을 할줄 아는 인간 여성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철저히 인간 중심으로 움직인다.
물론 이전에도 닥터가 인간과 지구를 특별히 사랑하며 지켜주고 많은 침략자로부터 지구를 지켜온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닥터는 기본적으로 외계인이고 인간을 보는 것도 외계인을 보는 것도 그들로부터 한발짝 떨어져서 평하거나 이해하거나 논했다. 그리고 그 밖으로부터의 시선이 주는 바가 컸다. 생각을 크게 전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엄청난 문제인 것이 닥터에게는 다를 수 있다거나 그들에게서는 '정답'인 부분이 다를 수 있다거나 인간에게는 끔찍한 괴물인 외계 생물체가 닥터 눈에는 역시 '아름다운' 존재들이거나 하는 식이다.
닥터들은 괴짜였는데 사실 이건 닥터가 꼭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상을 보는 렌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때론 인간 기준에서 독특하고 기괴하고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 인간들이 오랜세월 체득해온 규칙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이는 에이미와 로리가 결혼했을때 '폰드'라는 성으로 로리를 부른다던가 하는 점에서 드러난다. 로리는 "그렇게 되지 않아!"하고 인간들의 현재 규칙을 가르쳐주는 동시에 닥터가 그러는 것을 이해한다. 닥터가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11시즌의 닥터는 무슨 오랜 역사를 살아서 역사 구석구석을 아는 인간 현자 같은 포지션에 놓여있다. 이들을 역사적인 배경 속에 데려가서 그 역사 사건을 설명해준다. 외계인 관점이 아니라 현시대의 어떤 시각을 가진 인간 관점에서.
흑인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닥터는 이 사건을 자기일이나 자신의 진보처럼 즐거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 시대에 일어났던 일을 더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또 컴페니언이 당하는 걸 보면서 그들의 반응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그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인간과 그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는 닥터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너희 역사 속에서는 피부 색이 중요했지, 왜그럴까? 같은 떨어진 시선.)
그 편에서 로자 파크스 사건을 방해했던 빌런이 인종차별주의를 가진 먼 미래 지구인이라면 그 빌런의 동기는 납득이 되지만 닥터의 포지션은 다르다. 그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적어도 그가 그 스스로 느끼고 있는 현재의 정체성으로는 그렇다.).
마녀 사냥 편에서도 그런데, 차별적인 상황을 겪는 닥터는 '우리'라는 단어를 쓰며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여성 모습을 한 '외계인'닥터 라면 분명 다른 대사를 할 수 있었고 그 의외성이 훨씬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닥터는 여성의 모습을 하건 남성의 모습을 하건 그 자체로 여성 인류나 남성 인류로 분류되고 그 편에서 '우리'의 사고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전 우주의 시공간을 돌아본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 11의 닥터는 사실 12까지도 전혀 '외계인' 스럽지 않았고 인간 여성 탈을 쓴 좀 똑똑한 시간 여행자였다.
닥터가 가진 시사점이나 독특한 사고에 컴페니언들이 충격을 받거나 이해를 힘들어하거나 놀라는 일도 없고 닥터는 인간 입장의 바른말들을 설교하는 선생님이고 컴페니언들은 학생들이 되었다.
사실 이전의 컴페니언들이 그랬듯 그 충격과 놀람 속에서 진짜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이 가능함에도 말이다.
단순히 지구 하나로서의 환경이 아니라 우주 전체 시공간을 넘어서의 미래까지의 환경, 나에게는 이로운 환경이 어떤 외계인에게는 이롭지 않은 환경이라는 이해와 그에 따른 공존, 다양한 외계인들의 그들 만의 입장 이해 속에서 찾는 더 큰 의미의 다양성 등 닥터후가 담을 수 있는 렌즈가 무궁무진한데 그 렌즈를 지구 인류에 국한해서 인류 입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쳐버린다.
닥터의 장점은 그 자신이 외계인이기 때문에 인류에 애정은 있지만 인류 뿐 아니라 외계인들의 입장도 함께 이해하는 자리에 있는 점인데, 이 11,12 시즌의 닥터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한 시즌이 끝날 동안 자신이 어디 출신 외계인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을만큼 그게 부각되지도 또 컴페니언들이 궁금하지도 않았을만큼 그저 비슷한 인간으로 보인 것이다.
그냥 많은 역사를 겪은 똑똑한 인간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느낌이다.
닥터가 외계인 입장에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할때 인간 입장에서 그것을 막거나 혹은 그 뒤의 생각을 듣거나 대화를 하거나 하는게 아니라 닥터는 그저 작전을 짜고 지시하고 컴페니언들은 그것을 따른다.
마치 이들이 외계인으로 부터 지구를 지키는 지구 방위대인데 닥터가 대장이나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는 그런 분위기로 흘러간다.
그렇다보니 플롯이 단조롭고 지루하다. 그조차도 적이 위협적이지 않아서 긴박감조차 없다.
닥터는 인류를 위한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현자가 아니다.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게 며칠 지구에서 위장해서 생활하는 것도 힘들만큼 독특한, 인간 생활의 규범이나 규칙이 몸에 베지 않은 외계인이다.
그런데 이번 11,12 시즌의 닥터는 그런 '외계인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모범적인 가장 이상적인 가장 멋진 인간 친구 처럼 그려진다. 컴페니언들은 닥터의 '외계인스럽고 기괴한 행동, 사고'를 우려하거나 인간의 입장을 설명하거나 하는게 아니라 모범 인간으로 부터 지시받고 배우고 있다. 닥터는 '팸'이라며 인간들이 가족이라며 나도 너희의 일원이라고 외치고 다닌다. 그러나 그에 비하면 전작들에 비해 컴페니언들과 닥터의 친밀감과 유대는 형편없이 낮은데, 그렇게 서로의 다른 부분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며 서로의 거리를 좁혀나갔던 서로 다른 의견을 피력하며 서로를 막기도 하고 또 설득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쳐나가며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갔던 전작들과 달리 닥터는 절대 선에 놓여있고 컴페니언들은 그 위대한 닥터를 마음속 깊이 믿는 추종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 컴페니언들도 닥터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닥터라는 사람을 이해하면서 생긴 신뢰감에서 비롯되며 일상적으로 외계인인 그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그리고 외계인인 그의 입장의 계획에 반대하기도 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며 지혜를 더하기도 한다. 이런 대화가 11,12시즌의 닥터와 컴페니언들 사이에서는 크게 부재한다.
그래서 닥터가 컴페니언들을 아끼는 마음도 컴페니언들이 닥터를 따르는 마음도 약하다.
닥터가 더 정의롭고 더 멋있기 때문에 더 따르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전 컴페니언들은 닥터의 잔인한 면, 고통, 아픔, 분노 들을 함께 겪고 봐 왔고 그 속에서 닥터와 함께 하면서 닥터를 이해하고 아끼게 된 것이다.
컴페니언은 대장 닥터의 지시를 따르거나 계획을 실행하는 보조단원들이 아니라 닥터를 제자리로 돌려 놓는 양심이자 브레이크이자 닥터를 선하게 행동할 수 있게 하는 보호대상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호하며 성장해간 것이다. 그러나 시즌 11을 통해서 닥터의 성장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닥터는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옳은 지구의 수호자였다.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도 미숙한것도 아니며 옳은 말 대잔치로 경종을 울리기 바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지구 침략자인 처음 보는 외계인에게 묻는 질문인 'Who are you?'가 있다. 11대 닥터는 이 질문을 호기심 어리게, 상대를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했다. 너는 어떤 존재이고, 너의 목적은 무엇이니에 대한 상대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다. 지구 입장에서는 침력자지만 닥터 입장에서는 또 다른 외계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3대 닥터는 이 똑같은 'Who are you?'를 적의를 가득 담아서 한다. 네 속셈이 뭐야, 지구를 어떻게 하려는거야 같이. 완전히 인간편에 서서, 혹은 다른 인간이 내뱉을법한 그런 말투로, 인간들이 그렇게 말할 수는 있어도 닥터는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일반적이지 않은' 닥터의 행위가 머리를 치는 것이다. 괴물 형상을 보고도 "아름답구나."할 수 있는 그 관점 말이다. 그러나 13대 닥터에게 어떤 외계인도 그런 경외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그저 지구를 침략한 나쁜 외계인의 범주이다.
이런 닥터는 더이상 독특하지만 사랑스러운 괴짜가 아니다. 닥터만의 매력이 반감된 것이다.
지금까지 닥터는 그저 '선생님'이 아니었다. 컴페니언들은 닥터에게 '배우는' 것 못지않게 닥터에게 '가르쳐'왔다. 인간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왜냐하면 닥터는 이미 다른 틀에서 세상을 파악하고 있고 그 틀을 서로 이해하는 것은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11,12시즌에서 닥터의 비상식적인(외계인적인)행동에 놀라는 컴페니언이 없다.
(예를 들어 옷을 인식 필터로 씌운채 사실 알몸으로 부모님을 만난다던지) 닥터가 너무나 상식적인 지구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닥터는 우주에서 가장 훌륭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의문을 품으며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매드 맨 인더 박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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