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미니멀리스트의 삶


미니멀라이프

이것은 도달하는 어떤 곳이 아닙니다.

하나의 삶의 "방향성",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간과 물건

디지털 기계는 삶을 매우 편리하게 구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찾아보면 수많은 분야에서 수많은 물건들이 쌓여있습니다.

그것들을 '다 갖추면' 더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공간 안에 물건을 채울 때, 우리는 어쩌면 더 소중한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채로 잃어갑니다.

그것은 "공간(Space)"입니다. 물리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우리는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빈 공간'은 그만큼의 자유를 줍니다.

그 무엇으로든 채워나갈 수 있는 무수한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빡빡하게 채운 스케줄.

절대로 완전히 비워지지 않는 Todo list 역시 시간이 주는 공간을 장악합니다.

그렇지만 대체 "해야한다."고 여기며 적은 그 수많은 목록 속에서 정말로 해야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가 이 형태로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을때,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고 지금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이 쭉 이어지는 현재라는 순간을 살아갈때.

우리가 다시 이 형태로 살아가는 것을 멈추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우리는 무엇을 했어야 했을까 하고 느낄까요.

10년, 20년, 30년.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어떤 순간인가요?

우리는 무엇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또 어떤 것이 영혼에 새겨질까요.

지금이라는 한계

많이 가져도 지금, 현재 가능한 것은 하나씩 밖에 없습니다. 수천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어도 내가 지금 읽고 그로 인해 나에게 영감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책은 단 한권입니다.
그렇게 그 한권의 책을 읽을 동안 다른 책들은 공간 속에서 그저 책이라는 가치가 아닌 물질의 형태로 존재할 뿐입니다.

수천장의 씨디가 있고 100시간이 넘는 플레이리스트가 있어도 지금 현재 플레이해서 들을 수 있는 곡은 그 순간의 한곡씩입니다. 만곡의 곡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그 자체로 영혼을 살찌우지 못합니다. 영혼이 듣고, 반응하고, 새기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어떤 한 곡을 듣고 있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플레이하지 않는 씨디, 플레이되지 않는 음악을 단지 '가지고' 있는 것은 깊은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곡을 음악을 제대로 만나는 것은, 그 음악을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흘리는 것과는 다릅니다. 10000곡의 곡을 배경음악으로 플레이하고 있다면 어쩌면 그 속에서 단 한곡과도 제대로 관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와닿는 한곡,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곡, 내가 들으면 왠지 힘이 나는 한곡, 위로를 받는 노래들과 만나가면서 그 곡들과 마음이 교류해가는 것은 단순히 유행가라고 노래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듣거나 알려고 하는 것과 다른 경험을 줍니다. 그것은 내가 형성해가는 관계이고 그래서 그 긴밀성이 나에게 중요해집니다. 그 어떤 선이 그 곡과 나 사이에 생겨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내 안의 관계들을 형성하며 어떤 것을 만나갈 때,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연이든, 사물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영화든, 다른 어떤 예술 작품든 그 경험은 깊이 새겨지고 축적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 형성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함께 한 시간의 농도, 깊이, 관계 방식 많은 것들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결국 10000곡의 곡을 가지고 있다면, 1000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면 그 물질의 무게는 단순한 그 물리적인 숫자가 아닙니다. 10000곡의 곡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느끼면 부담이 됩니다. 단순한 수집과 물리적인 소유는 한곡씩 한곡씩 삶과 함께 알아가고 만나가며 친해지는 곡들이 10000곡이 되어가는 것과는 다릅니다.

시간과 공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시간이라는 빈 공간에 어떤 경험을 채워넣을 것인가?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본다면 내가 당장 지금 가진 씨디의 숫자가 1000개냐 10000개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책장의 책이 1000권인가 100권인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은 딱 한곡씩이고 내가 지금 읽을 수 있는 책도 딱 한권씩입니다.
영화도 그렇고 공연도 그렇고 산책을 해도 그렇습니다.
동시에 두 세가지를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결국은 어떤 한개와도 제대로 만나지 못할 확률도 큽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중요한 것은 내가 1000의 씨디를 소유하고 있고 100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한권의 책, 내 마음을 울리며 들을 수 있는 한장의 씨디가 있느냐가 아닐까요.
그 책을 다 읽으면, 혹은 그 책이 울림을 주지 않는다면 그 책을 처분하거나 놓아두고 다른 책을 다시 만나면 됩니다. 그 책을 읽을 동안 책장에 꽂힐 먼저 번의 책이 지금 읽고있는 책만큼 영향을 끼칠 수는 없습니다. 그 책을 여러번 펴서 다시 읽게 된다면 그 책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은 손에 쥐고 다시 읽게 되기까지는 책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단지 책장에 꽂힌 물건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물건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그 공간은 그 순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후 있는 다른 것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방을 화사하게 해주면서 눈이 갈때마다 미소를 띄게 해줄 식물일 수도 있고, 내가 항상 연주하는 악기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습니다.
책은 책장에 꽂힌 물건으로서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과 소통하면서 책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이미 그 책을 읽었다면 물질적인 책을 처분한다고 해서 책과 나의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책의 책으로서의 역할을 나에게 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와 여정으로서의 미니멀라이프

사람은 시간이라는 한계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더 특별한 경험을 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에 만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 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을 중심으로 내가 소유한 것들을 갖춰 나가면 어떨까요?
그러면 사실은 생각보다 물질적으로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고자해서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공간과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바라보는 것에서 미니멀리스트의 여정은 누구나 시작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