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애니 추천 / 로빈후드의 모험 (MBC 1992)

두번째로 좋아하는 애니

로빈후드의 모험은 내 안에서 좋아하는 애니 두번째에 놓이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에 MBC에서 일요일 아침에 방영이 되었던 작품으로 몇번 재방영이 되기도 했지만 자주는 아니기도 해서 아는 사람이 꽤 적은 편인 애니이다. 제대로 한글 자막으로 출시한 적도 없어서 현재 우리말 더빙 방영을 안할 경우에 일본어를 모르면 즐기기 힘들어서 지금은 진입장벽도 높다고 할 수 있다. 마음에서 아주 상위권을 좋아하는 애니들이 한국에서 유명하고 팬덤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취향이 마이너 노선을 달리는 것 같다.
나는 우리말 녹음 녹화분이 일부 있고 일본에 갔을때 북오프에서 DVD를 구했다. 총52화로 꽤 길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

이 작품은 마시모 코이치 감독의 작품이다. 나는 이 감독의 작품 중에서 '무책임함장 테일러'을 꽤 좋아하는데 이 애니와 꽤 비슷한 공기가 이 '로빈후드의 모험'에도 흐른다. 그리고 '로빈후드의 모험'쪽의 분위기를 살짝 더 좋아한다.
두 작품다 작품의 서사나 주제나 각 화에 풍기는 분위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세키 토시히코

안젤리크를 하면서 네오로망스 이벤트를 보기 시작했고 네오로망스와 안젤리크 성우들을 꽤 좋아하게 됐는데, 그중 한명이 안젤리크 캐릭터 루바의 성우인 세키 토시히코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에서 꽤 많은 역할을 한 배우인데, 여기서도 굉장히 좋아했던 캐릭터인 길버트의 성우를 맡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초창기 세키 토시히코의 연기를 즐길 수 있다.

시작부분의 나레이션

이 작품의 큰 특징은 각 화가 시작할때 각화 속에 담고 있는 상황에 대한 삶의 질문이나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열고 있는 점이다.
마치 엄마나 누군가가 뜨게질을 하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첫부분을 시작하는데 이 첫부분의 나레이션이 꽤 함축적이다. 때로는 철학적이기도하고 근원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그렇게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는 이 작품의 시작 나레이션을 나는 참 좋아한다.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

대부분의 애니들이 어떤 형태로든 등장인물들의 성장을 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경우에따라서는 각 등장인물이 말투나 분위기나 외양까지도 변하기도 한다. 큰 예가 마리안인데, 귀족 아가씨로 등장하는 그녀는 후반에는 여전사가 된다.

대체 가족

로빈은 쫒기는 몸으로 친척인 윌, 위니프리드, 바바라와 함께 셔우드 숲의 비밀 공간에 살고 있다. 이웃(?)으로는 역시 셔우드 숲에 살고 있는 꼬맹이 존의 산적단이 있고 괴짜 타크 승려도 있다.
거기에 마리안 같은 인물들도 합류하며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그저 혈연적인 연관이 아닌 대체가족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음에 대한 이야기

몇몇 사람들이 인상적인 화로 꼽는 것이, 마리안이 자신의 분노에 삼켜지는 화인데, 이때 터크 승려는 마음을 천칭에 비유하면서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마음 상태에 따라서 활시위를 당길 수 없는 로빈의 활이나 마음에 피어나는 타인에 대한 의심, 증오 등 사람의 마음에 대해 다루고 그것이 가장 중심적인 이 이야기 서사의 축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감싸주는 숲

숲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배경이자 로빈후드의 모험 작품 전체를 감싸는 대주제이기도 하다.
로빈과 친구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주기도 하는 이 셔우드 숲에 살면서 로빈과 친구들은 숲과 친해지고, 숲을 알아가고, 숲과 소통해간다. 그리고 이 숲은 그렇게 그들을 감싸주고 살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해주며 그렇게 거기 존재한다. 이 숲 자체야말로 숨겨진 비보보다도 커다란 보물 그 자체이며 로빈을 지켜주고 또 그가 지키는 곳이기도 하다.
그저 대 자연 속에서 그 자연이 주는 선물들에 경외하고 그 경험들이 가슴을 치는 것이 로빈에 담겨 있는 진한 공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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