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애니 추천 / 책벌레의 하극상, 마인과 한달간의 여행

동화적 취향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취향은 일견 확고하다.
그것은 "세계명작동화시리즈"로 대변되는 아니메 시리즈와 같은 정서이다.
세계명작동화시리즈 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키다리 아저씨"와 "로미오의 푸른 하늘"이었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애니로는 동화책 원작의 "나와 나 - 두사람의 로테"를 꼽는다.(우연히 이안디와 제목이 같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참 즐기면서 재미있게 봤다.

푹 빠져 했던 게임으로는 스퀘어에닉스의 "킹덤하츠"가 있다. 꾸러기수비대처럼 디즈니 속 세계들을 여행하는 이야기로 정서가 동화적이다.
이 킹덤하츠의 영향으로 거의 대부분의 디즈니 애니 영화들을 속편까지 보기도 했다.
혹은 "안젤리크"역시 좋아했다. 역시 오토메시리즈로 꽤 동화적이다.

요즘 양산되는 많은 애니나 이야기들은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요소가 더 가감없이 들어간 경우가 많은데, 그런 작품이 내 안의 나름 명작으로 분류되더라도 내 마음속의 최상위권 작품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드라마도 "닥터후"처럼 피의 표현을 안하거나 하는 작품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정말로 단시간에 내 마음 속 순위를 치고 올라와서 한달간 함께 한 작품이 있었으니, 그게 이 "책벌레의 하극상"이다.

세계 명작 동화의 향수

이 <책벌레의 하극상>은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는데, 그때 느낀 것이 세계명작동화의 향수였다. 작품에 흐르는 전반의 정서와 인물들의 관계가 그 세계명작동화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그런 면에서 한편으로 이 작품은 판타지물이면서도 요즘 양산되는 판타지물들과 이질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가족애

이 작품 전반에 가장 깊게 흐르는 것은 가족애이다. 판타지로맨스도 레벨업을 하며 강해지는 이세계물도 아니다. 이 가족애는 작품 전반을 흐르며 작품 자체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이 부분의 짙은 농도가 이 작품의 커다란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차이와 시각 차이

그리고 전생물인 이 작품에서 크게 부각되는 것은, 전생인 현대 사회와 다시 태어난 이세계 판타지 세계의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들과 그 머릿속의 미묘한 받아들임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혼란들이다. 외국에 나가면 언제나 마주하는 것은 "정답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의 다름이다. 이 경험으로 세계가 넓어지기도 하고 기존의 확고한 가치 체계가 움직이기도 한다.
이 "책벌레의 하극상"은 그런 시각의 차이를 잘 묘사하고 있고 이는 단순히 현실-이세계의 시각의 차이가 아니라 각 사람이 속한 계급, 직업, 역할, 파벌에 따른 차이들도 보여준다. 이는 무엇이 더 옳고 무엇이 더 그른가가 아니라 그 사람 시각에서 보이는 그 사람의 세계가 어떠한지에 대한 묘사이다.
특히 소설에서는 SS시리즈라는 주인공인 마인 외의 관점에서 같은 이야기가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리고 독자는 단순히 마인이 일차적으로 봤던 그 사건이 아니라 사건의 다른 내막이나 뒷 이야기를 다른 시점을 통해 알게 되고 바라봄으로서 그 사건을 좀더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장편 소설

이 <책벌레의 하극상>은 웹소설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된 후 출간 책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 총 5부까지의 구성이고, 애니화 된 것은 2부의 중간까지이다.
이 장편 소설의 특징은 각 부마다의 분위기가 다르게 진행된다는 것인데, 각 부마다 주인공이 속해 있는 세계가 달아지며 넓어지고 인간관계도 변화한다.
1,2,3부는 이세계에서 책을 출판하는 이야기가 중심이라면 4,5부는 좀더 마법적인 판타지 세계인 <책벌레의 하극상>만의 독특한 판타지 세계를 잘 보여준다.
현재 한국에도 번역 출시 중이고 카카오페이지 등에서도 읽는 것이 가능하다.
출간본은 전부 완간되지는 않았고 5부 앞부분까지만 출시되었으며 완결까지 읽으려면 웹소설을 읽어야한다.
나는 애니로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 이어지는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일본어 단행본을 구입해 읽었고,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는 뒷부분은 <소설가가 되자>의 페이지에서 이어서 읽었다.
연재 페이지

단행본과 웹소설의 차이

출간본과 웹소설은 차이가 조금 있는데, 출간본은 앞에 새롭게 쓰여지거나 다듬어진 "프롤로그"가 들어가고, 후반에는 단행본만의 특전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인물들 시점으로 쓰인 새로운 단편들이 추가로 실려있다.
웹연재본에도 SS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다른 시점의 이야기들이 일부 공개되어 있는데, 그 SS시리즈가 아닌 새로운 단편들이다. 그리고 SS시리즈는 따로 단편집으로 엮여 나왔다.
이야기는 단행본 쪽이 조금 더 풍부하지만 나는 시점 이동이 적은 웹소설 쪽이 흐름이 더 좋게도 느껴진다. 단행본과 웹소설은 그 외 본문에서도 일부 가필이나 수정이 되기도 했는데 아주 큰 차이는 없다. 혹은 사건 순서가 뒤바뀐 부분도 존재한다.
웹소설에서는 각 연재분 말미에 작가의 작은 코멘트나 설명을 읽을 수 있고 이게 꽤 재미있다.
단행본의 장점으로는 삽화가 들어가고 중간부터는 짧은 4컷 만화도 실린다.
이 작품은 만화책으로도 출간되고 있다.

삽화와 상상 인물의 차이

소설이다보니 인물의 행동이나 성격으로 머릿속에 인물의 형태가 그려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 머릿속으로 그린 모습이 삽화와 다르기도 했는데 소설을 읽고 있으면 삽화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는 내 상상 속 이미지의 인물들이 움직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마인도 거의 캐릭터 디자인이 유사한 쁘띠프리유시의 주인공 유시의 모습으로 내 머리속에서는 많이 돌아다닌 것 같다.
삽화와 머릿속 이미지가 대표적으로 매치가 안된 인물는 리햘다(한국어역 리카르다)이다.
애니가 나와서 인물들이 성우와 움직이는게 좀더 자연스럽게 이미지로 잡히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한달 간의 함께함

<책벌레의 하극상>을 만나고 거의 한달간 이 작품과 함께했는데 그 이유는 이 작품을 그만큼 즐긴 것도 있지만 작품 자체의 분량이 책 30권을 넘어가는 분량이다.(단행본 발간은 25권쯤까지 되었다.) 결국 하루에 한권씩 읽는다고 해도 꼬박 30일이 넘게 걸리는 분량을 자랑한다.
그 30일동안 마인과 함께 마인의 세계 속에 푹 빠져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꽤 탄탄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그 세계에 흠뻑 들어가기에 무리가 없다.

해리포터 풍의 4,5부

내가 1부의 애니메이션을 세계명작동화처럼 느꼈다면, 4부와 5부는 귀족원 이야기가 중심으로 해리포터를 연상시키는 내용으로 바뀐다. 나오는 스포츠도 사람들이 퀴디치를 연상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작가가 말했다.
그러나 해리포터와는 마법의 발동 장식, 표현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에 흥미롭다.
가장 흔하게 쓰는 전령 마법인 "올도난츠"부터 다른 마법들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의 마법은 단순한 신비현상이 아니라 신들과 밀접히 연관되며 그래서 이 작품의 종교와도 밀접하게 연관되고 이 작품안의 신화나 신관과도 연관이 깊다. 이런 종교와 신화는 이 작품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이끌어낸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책벌레의 하극상>은 5부로 끝이 났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스핀오프 <한네로레 이야기>로 내용이 이어져서 계속 연재되고 있으며 본편에서 설명이 되지 않았던 단서들이 풀리기도 한다. 연재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인대, 최근에도 연재분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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