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가 남긴 물건 / Boyue Likebook Ares 리더기와 책 소유에 대해서


미니멀리스트

한창 미니멀리즘에 도취되어 있을 때는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가짓수 자체를 줄이는데 연연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책은 나와 인연이 깊은데, 나는 책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책 중에서 스스로 읽고자 구입한 책의 비중은 적었다. 소위 말하는 전집류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 안의 몇권을 읽기는 했지만 다 읽지는 못하고 언제나 읽지 않은 채 꽂혀있는 책들이 "나를 읽어야만 해" 하는 위용을 떨치며 꽂혀있는 것이 무거운 책 무게 만큼이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꽂혀있는 책, 소유물이 나를 대변하는가?

나는 그래도 책들은 가장 처분하기 어려운 것중 하나였는데 사실 읽지 않고 꽂혀있는 책은 나에게 울리는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 소유로 존재함으로서 그 쓰이지 않음을 압박하는데, 내가 못 읽은 책 100권이 책장에 꽂혀 있는데 다른 책을 사는 것도 마음이 때로 무거웠다. 그러나 언제나 읽어야할 책(교재 등)과 그 삶의 흐름에서 읽고 싶은 책은 항상 변화했고. 나는 책을 사서 읽었다.
옷을 입고 떨어지면 옷을 새로 사고 낡은 옷을 처분한다. 음식은 매일 해서 먹지 않으면 어제 먹은 아침이 오늘의 공복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많은 기계들은 2,3년이 되면 효용을 다해서 바꿀 시기가 오곤 한다.
사용하는 물건 중에 가장 교체 시기를 길게 할 수 있는 것중 하나는 사실 집과 가구이다. 유럽에 가보고 정말 놀랐는데, 집이 400년 된 집에 살고 있다! 근대화 이후 주거지가 대부분인 한국과 많이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근대화 이후 건축들은 심미적인 부분이 떨어지는데, 집 안에 담는 철학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집도 400년 가는 집을 만들지도 않는 것 같다. 가구 또한 그러했는데 정말 아름답게 만든 가구을 대물림을 해가며 쓰고 있었다. 요즘은 저렴한 이케아나 양산형 가구들이 많이 나와서 장인이 만드는 가구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손으로 직접 만든 가구들이 가진 정서는 양산형 가구들과 참 다르다.
이렇게 물건이나 물질에 따라서 좀 더 물건 자체의 생명이나 내구성에 의해 교체 주기가 긴 물건도 있고 더 짧은 물건도 있다.
슬프게도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어느정도 소유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게 진화해버렸는데, 인간의 신체가 이미 많은 지역에서 옷 없이 나체로는 문화적으로든 기후적으로든 생존이 어렵다. 털옷을 가지고 태어나고 털갈이를 하면서 평생 옷을 입지 않고 살아가거나 자신의 신체를 가지고 태어나 그 신체만으로 죽을때까지 살아가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의 대조점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생존에 필요한 것에 의식주를 말할까. 옷은 인간만이 가진 생존에까지 직결되는 소유할 수 밖에 없는 도구가 되었다. 어떤 극단적인 미니멀리스트조차도 옷을 "적게"소유하지 0소유를 하지 않는다. 그 따뜻한 인도에서 생활했던 붓다조차도 3벌의 옷을 이야기 한 듯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겨울 기후가 극단적인 나라에서는 옷 가지수가 늘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 짐을 최대한 가볍게 줄이고 싶어하는 백패커가 그렇다고 쉘터도, 매트도, 배낭도 없이 백패킹을 할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어느정도의 물건과의 관계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말했듯이 많은 물건들은 각각 그 수명이 다르다. 어떤 물건은 인간의 수명보다 길고 그렇게 긴 세월이 지나도 가치를 찾을 수 있고 시간에 따라서 더 가치를 더하는 물건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물건 역시 순환하는데, 그것은 인간 자체가 멈춰있는 존재가 아니라 성장하고 순환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아동때 읽는 책, 청년 때 읽는 책, 성인이 읽는 책이 다를 수 있고 각각의 시기나 관심 처한 상황에 따라서 그 사람에게 유용한 책도 달라진다.
물론 수세기동안 사람들에게 읽혀온 많은 고전들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고 시간속에 살아남으며 계속 새롭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고전들 조차도 "살아가는 필수"라기 보다는 고전과의 만남과 대화로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이다. 같은 책이라도 읽은 시기, 장소, 그때의 상황에 따라 와닿는 부분, 울리는 부분, 동의하는 부분, 성찰하게 하는 부분이 다를 수도 있다.

책의 수명과 효용성

사실 물질로서의 책은 수명이 길다. 이는 인간이 기록문화를 발전시킨 것과도 연관이 깊고 이 지식의 전달, 보전 자체가 인류 문화의 보고이다. 그래서 책이 지니는 가치는 단순히 종이를 엮어놓고 그 위에 잉크로 글씨를 새긴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은 그 속에 든 사람이기도 하고, 책은 그 사람의 사고나 성찰 연구나 경험의 총체를 압축해서 전달하기도 한다. 그만큼 저자가 책에 쏟은 에너지, 출판의 노력 등 많은 손과 농축된 시간이 합쳐서서 만들어지는 것이 책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생명력을 이어가는 책들은 어떤 의미에서라도 대중에게 혹은 어떤 독자에게 닿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한 소통은 단순히 현대를 넘어서 몇백년 이전의 이야기까지 담아내며, 그 몇백년 전 사람들을 그들의 기록으로 만날 수 있다. 이는 시구일 수도 있고 허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정보 전달이나 기술의 전달일 수도 있고 때로는 악보가 될 수도 있다. 책 자체가 가지는 가치와 생명력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가치나 사용(모든 책은 읽는다)을 넘어서기 때문에 어쩌면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책을 처분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 않았나 싶다.
책 자체가 문화적으로 가지는 생명력은 수세기를 오가지만 정말 물질적인 책 자체도 수명이 길다. 이는 보관방식 등 여러가지가 작용하지만, 어떤 기록들이 몇백년에 걸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물리적인 책의 수명은 인간의 수명을 넘을 수 있다. 낡거나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되지 않는 한 , 옷처럼 작아져서 못 입게 되거나 하는 식으로 그 물건 자체가 수명을 다하는 일은 적다.
그래서 발생하는 일이, 책을 인위적으로 "순환시키지 않으면" 책은 쌓인다.
나에게 효용을 다한 책도 물건으로서의 가치 자체가 떨어지는 일은 드물어서, 책장에 방치 될 수 있다. 어느새 책장은 현재 나에게 살아있는 책(손이 가서 다시 읽는 책)이 아니라 나에게 지나가서 이미 효용을 준 책들의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현재 잘 쓰지 않는 물건"이 소유물의 비중에서 굉장한 무게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전자책과의 만남

나는 전자책을 2011년경부터 읽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리더기를 거쳤고 이는 내 독서 습관이나 패턴을 바꿔주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라면 TTS나 오디오북으로 책을 많이 듣게 된 부분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전자책과 인연을 쌓아가면서, 또 미니멀리즘의 길을 걷기도 하면서 한때는 '0페이퍼', 모든 서적의 전자화를 꿈꾸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종이책의 느낌과 가치 유용성도 느끼면서 섞어서 보는 편이다.
양쪽이 가지는 장단점이 있어서 꼭 무엇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전자책의 등장이 내 책장을 일부 가볍게 해주었고 많은 편의를 준 것도 사실이고 종이책이로 한장, 한장, 한줄 한줄 많은 만남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독서는 종이책으로, 나중에 돌아볼 색인을 위한 보관은 전자책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책도 종이책도 양쪽의 장점이 있어서 한쪽이 어느 한쪽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 것 같고, 양쪽이 양쪽의 장점을 살리며 나아갈 것 같다. 그렇지만 종이책 출판시장 자체가 축소는 될 것이다.
전자 기기의 특성상 사용하고 있는 전자책 기기는 계속 바뀌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기는 Boyue Likebook Ares이다. 나는 출시 전에 구입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교보 sam으로 출시해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전자책 중에서 몇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기기이다.

Boyue Ares의 장점

• 안드로이드 범용기로 서점 어플들을 사용 가능하다.
• 물리 스피커가 달렸다. 외부 스피커가 따로 필요없고 오디오가 재생 가능해서 TTS등을 듣는 데 좋다.
• 펜이 달렸다.
• 휴대하기 너무 크지 않으면서 6인치보다 그림 등을 보는데는 더 유리하다.

등이 있다.

eink기기는 반응속도의 느림, 잔상, 조명에 따른 화면의 어두움(프론트라이트를 끄고 사용할 경우), 흑백(최근에 컬러 기기도 출시했다) 등의 기기 자체의 특성이 있고 이는 기기가 출시되고 개발되면서 개선되고 있다.
거의 매번 리프래쉬를 하던 초창기 eink에 비한다면 eink독서 환경도 훨씬 쾌적해졌다.

일반적으로 eink기기가 가지는 장점은 백라이트 액정 대비 눈의 편안함과 독서에의 집중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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