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독서, 전기 없는 삶 <그래도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내가 다운 사이징을 시작한 것은 2012년도 경 부터이다. 침대를 버리는 것이 큰 계기였다. 당시에 곤도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구입해 읽고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콘마리(Konmari)다 지금만큼 유명하진 않았던 때였다. 여전히 콘마리 방법은 유용하다.
아무래도 일본쪽에 거주했던 경험도 있어서 일본쪽 서적을 주로 먼저 읽어보곤 했는데, 그래서 일본의 표현인 단사리라던가 하는 단어들도 꽤 좋아했다.
한동안 정리에 손을 놓았다가 2017년 초쯤에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 우연히 미니멀리즘 관련 책들을 읽고 그게 마음을 크게 움직여서 이전과는 다른 규모의 다운사이징을 시작하기도 했다. 지금은 소유한 물건의 가짓수에 연연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아니고 어느정도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용빈도나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물건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결국 미니멀리스트의 여정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내가 가진 물건과 나의 관계를 재배열하고, 물건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17년도에는 그래서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책을 꽤 많이 읽었다. 단순히 미니멀리즘 뿐 아니라 결국 그 다운사이징과 연결되어서 마음을 비우는 불교 관련 서적들과 작은집(타이니하우스), 쉐어하우스 등 연관된 주제들로 뻗어나가기도 했다.
그 중에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 아마 2019년 정도에 읽은 이 <그래도 생활은 계속된다>라는 책이다.

전기 없이 살아보기

이 이야기는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다운 사이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한 현대인의 가능한한 전기 없이 살기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는 아사히 신문을 퇴사하고 다른 형태의 삶을 살기 시작하고, 작가의 그 경험담을 꽤 생생하게 나누고 있다.
작가가 ‘전기’에 대해 도전장을 낸 것은 일본의 원전 재난과도 관계가 깊은데, 원자력 발전에 50%이상 의존하는 지역에 살고 있던 작가가 쓰는 전기의 양을 줄여보고자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전기가 없다”고 가정하고 생활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귀가후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때까지 현관 문을 열고 집안을 노려본다던지, 계단을 이용한다던지 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들이 나온다.

물론 100% 전기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의존도를 점점 줄여가는 것이다. 나도 한때 0플라스틱을 실천하고자 노력한 적이 있는데 한동안 노력하다가 다다른 곳은, 아마 내 생활패턴으로 0플라스틱은 무리일 것 같고 가능한 적은(less)플라스틱에 만족하고자 했다.

작가도 아예 처음부터 전기 사용을 일체 줄인 것이 아니라 가장 자신에게 영향이 적을 것 부터 용기를 내서 하나씩 하나씩 가전제품을 줄여간다. 처음에는 청소기, 전자렌지... 그러다 결국은 좀더 나가서 냉장고까지 처분한다. 그리고 물론 어떤 제품을 처분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대안이나 대체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예를 들면 냉장고 없이 어떻게 음식물을 보관할까에 대한 이나가키 에미코의 실험과 시행착오도 많이 담겨 있다.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시도를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다른 방식들을 찾고 발견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기를 안쓰고 생활하기는 단순히 그 전기 안쓰기에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일상의 행동양식을 바꾸기에 이른다.
이 과정들을 같이 여행하는 것이 꽤 재미있다. 깨달은 누군가의 이런 방식으로 사는게 좋아요 하는 종류의 글이 아니라, 함께 현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의 누군가의 시행착오 가득한 시도와 경험담이 좀더 가깝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전기를 쓰지 않음으로서 얻는 것에 대한 경험담은 값진데, 나도 좀더 자연이 가까운, 문명화된 도시와는 조금은 동떨어진 지역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통해서 오히려 현대인이 편리를 통해 “잃은”것은 무엇인지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나 단순하게 매일밤 온갖 상상력을 자극하며 쏟아지는 별무리가 가득한 밤하늘과 아침 저녁 노을, 자연의 고요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소리 등이다. 그래서 이러한 경험이 어두운 곳에서 입욕을 하며 느끼는 작가의 편안함과도 연결되며 더 재미있게 읽었다.

기계는 기본적으로 편하지만 “소음”이 따르는 경우도 많다. 요즘은 무소음 기기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경우에 그렇다. 농기구만 해도 그렇고, 재봉틀이나 청소기를 돌려도 그렇다. 그리고 이런 기계의 일들을 손으로 할때 직접 하는 그 체험과 움직임에서 전신으로 느끼는 어떤 경험과 체험이 있다. 이는 단순히 스크린을 통해서 버튼을 누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감각이다. 그림을 그릴때에도 디지털 그림과 직접 질감과 무게가 다른 도구를 쓸 때는 그 차이가 명확하다. 그리고 이런 기계 음이 없는 조용한 가운데서 하는 전신을 이용한 어떤 움직임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명상이 되기도 한다. 여러가지로 몸을 쓰고 생각하며 움직이고 있는 점에서 좀더 창조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는 전기를 쓰지 않음으로서 단순히 불편함을 얻은 것이 아니라, 그 불편함 이면의 보이지 않았고 존재하는 줄 몰랐던 감각들이나 경험들을 함께 얻었고 그 경험을 이 책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에어컨 바람에 익숙한 현대인은 느끼지 못하는 전통 가옥에 은근히 부는 공기의 움직임 같은 것이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