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다카포 다시보기 (에반게리온 리피트, 도돌이표), 감상
- 애니
- 2021. 9. 7.
에반게리온 다카포 다시보기
에반게리온 다카포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초반 체험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에반게리온 다카포 감상
이 문서는 소개문이 아닌 감상문으로 개인적인 해석이나 견해와 스포일러를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웠던 Q이후에 오랜 시간에 걸려 나온 이 극장판 마지막편 에반게리온 리피트는 그 사이에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 등도 변할 만큼의 시간이 지난 다음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은 에바를 다른 마음으로 보며 감상하려나 했지만 역시 10대와 20대를 걸치며 보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그냥 에바구나 하면서 보기도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크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니어 서드 임펙트 이후에 마을에 대한 묘사였다.
특히 모내기를 해봐서 쌀이 주식인 문화권에서야 익숙할 못줄을 옮기면서 하는 모내기가 나온 것이 반가웠고, 그렇게 표현하는 일상적인 자연이나 따뜻함이 좋았다. 그리고 그것을 갖난아기처럼 세상을 배워가는 레이의 시선으로 비춰준 것이 좋았다.
히카리가 레이에게 해주는 “주문”이라는 언어의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약속에 의해 정해진 말이라는 것은 그러한 “주문”일 수 있다.
에반게리온2 게임을 하거나 에반게리온 코믹스를 접하면 에바의 “비슷하지만 다른 또하나의 줄기”에 익숙해지기 된다.
특히 에반게리온2 게임이 그런 편인데, 여기서는 “신지가 카오루를 죽이지 않는 세계”, “새로운 에반게리온”, “새로운 에반게리온의 무기”, “토지가 죽지 않는 세계”, “토지 여동생과의 대화”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토지 여동생이 Q에 등장한다던가 할 때도 이런 에반게리온2의 경험과 더불어 재미있어 할 수도 있다. 아 네가 그 실루엣만 나왔던 토지 여동생이구나, 하면서 본다던지 말이다. 그러한 자잘한 다양한 다른 가능성의 경험에 비하면 대부분의 엔딩이 결국은 서드임펙트로 이어져서 꽤 허무하긴 하지만... (아니 다들 기껏 살렸는데 모두 함께 원시의 바다 무로 돌아가자고 해버리니 이만큼 허무할때도 없다.)
워낙 이렇게 “에바의 다른 가능성”들을 접한 이후이기 때문에, 어른이 된 토지나 켄스케, 토지와 반장의 결혼 등이 낯설거나 신선하다기보다는 꽤 있음직한 일들로 익숙하게 다가온 편이었다. 그럼에도 어른이 된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신지를 대하는 방식,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꽤 좋았다. 사실 토지도 켄스케도 TV판에서 좋아했던 연작이었던 “울리지 않는 전화”와 “비, 도망친 후”의 “다다이마-오카에리나사이(다녀왔습니다-어서와)”에서 신지를 향해 다가가게 된 친구들이기도 하다. 이들의 모습은 이 “비, 도망친 후”에서 이어지는 그들이 신지에게 다가가면서도 거리를 지켜주고, 또 그러면서도 보살펴주는 어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카지와 미사토의 아이가 나온 것도 신선했다. 그 둘의 결실이 어떤 형태로 남은 것이 좋았다.
멸망의 순간에도 모여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류의 서로 도우며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을 그린 점이 좋았다. 이러한 일상의 구체성은 기존 에반게리온시리즈에서는 부재했던 부분이기도 해서 그 경험을 신지나 레이가 직접적으로 해보는 것이 나오는 것이 좋았다.
새로운 에바라던지 전투 장면들을 더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지만, 에바라면 에바였다.
마지막은 엔드오브에반게리온의 재탕, 이를테면 엔드오브에반게리온의 서드 임펙트 같은 좀더 진화된 형태의 포스 임펙트가 등당하는데, 그때는 없었던 그 “저지”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것은 엔드오브에반게리온과는 다른, 니어 서드임펙트 이후에 신지를 제외하고 14년간의 세월을 지나며 성장한 인물들을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미사토가 사람들을 내보내고 분더에 혼자 남을 때는 나디아에서 노틸러스 호에 혼자 남았던 네모 선장이 떠오르기도 했다. 처음에 분더가 등장했을때 “노틸러스 호”BGM이 나왔을 때부터 이러한 방향성은 정해져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임신한 엘렉트라를 살려 보내는 네모선장과는 달리, 미사토는 이미 낳은 아들을 두고 있는 부분도 자신의 아이를 남기고 배에 남는 총책임자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미사토가 직접적으로 이 포스임펙트를 끝낼 열쇠를 신지에게 전달하는 것이, 신지에게 키스를 하며 신지를 보냈던 엔드오브에반게리온과는 또 다른 변화일 것이다.
미사토도 그 사이에 성장해서 어머니가 되어 있었고, 더 이상 신지의 애인 역할이 아니라 좀더 뒤를 밀어주는 보호자 역할로 있었다.
오직 유이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 인류보완계획을 실행하는 겐도와 역시 유이를 사랑해서 그 계획에 동참한 후유츠키만은 변함이 없지만, 이 신극장판에서는 겐도의 마음이 좀더 길고 직접적으로 묘사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지가 아버지를 만나러 직접 가서 대화를 나누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TV판과 구극장판이후 10년이 넘어서의 부자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겐도는 자신이 역에서 버린 어린 신지에게 다가가서 육성으로 또렷하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안아준다.
리츠코는 미사토와 끈끈한 유대와 우정을 보이고, 겐도에 대한 짝사랑과 컴플렉스는 줄어들었다.
마야는 리츠코를 따르는 든든한 후배로 아직 남아있으면서도 다른 부원들을 이끄는 선배가 되어있기도 하다.
포스임펙트는 거대한 레이의 모습이 등장한 것이라던지 마무리까지 엔드오브에반게리온의 서드임펙트와 유사하지만 수동적으로 서드 임펙트의 과정을 거쳤던 신지는 직접 그 중심부로 향해서 하나 하나의 마음들을 듣고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마치 사람들의 시간이 엔드오브에반게리온의 그 시점에서 조금씩 더 움직인 것처럼.
엔드오브에반게리온 이후의 부동의 커플로 맺어진 아스카와 신지는 신극장판에서는 어긋나는 것도 신선했다. 그것은 이미 신극장판 파에서 아스카가 물러나며 신지와 레이를 응원하는것에서부터 드러났는데, 정말 의외였던 부분은 아스카가 켄스케와 맺어졌다는 것이다. 켄스케가 아스카가 아스카 자체로 괜찮은, 있을 자리를 만들어 준 인물이라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켄스케 집에서 나체나 옷을 덜 입은채 나왔던 아스카의 모습에서도 알 수가 있는데, 그냥 서비스신으로 옷을 안입혔나 했는데 아스카가 어떻건 아스카를 그대로 있을 수 있게 해주었던 켄스케를 보여준 듯 하기도 하다.
엔드오브에반게리온의 그 마지막 바다에서 이제는 14년이 지나서 훌쩍 자란 아스카에게 솔직한 마음과 감사를 전하고 켄스케에게 보내주는 신지가 인상적이다. 그 “기분 나빠”의 마지막에서 시간이 흘러 정말로 앞으로 걸어나가는 둘의 모습이 나온다.
마리라는 인물 자체가 좀 성서적인 인물이랄까, 수수께끼이고, 티비판 자체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라 새롭게 신지와 맺어지는 히로인 자리를 꿰찬 것은 조금 위화감도 들었지만 연출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신지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신지와 갈등하거나 하지 않고 전적으로 칠드런 파일럿들과 신지를 받혀주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가롯유다와 성모 마리아를 합친 듯한 이름이 인상적이다.
카오루와도 마무리를 하고, 뭐랄까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조금더 자란, 대단원이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신극장판 시리즈는 구TV판 시리즈로 제목 표기가 돌아갔듯이, 리메이크 작이거나, 신극장판만 따로 존재하는 리부트 작 등이 아니라, 구 TV판과 구 극장판의 내용과 이어지면서 그 세계의 연장선에 있는, 그 두 작품을 보고서 봤을 때 그들의 한걸음 나아간 모습들이 더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움츠려들기만했던 신지의 어른이 된 모습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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